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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박철호
전시기간 2023. 7. 29 (sat) - 8. 20 (sun)
전시정보 개인전
 
박철호 개인전《아토믹 보이: 지상 최근의 쇼 》


▶전시명 : 아토믹보이 : 지상 최근의 쇼
▶참여작가 : 박철호
▶기획 : 이지혜
▶전시기간 : 2023. 7. 29(토) - 8. 20(일) *7/29 오후 5시 오픈
▶오프닝 : 2023. 7. 29(토) 오후 5시
▶작가와의 대화 : 2023. 7. 30(일) 오전 11시
▶전시장소 : 오픈스페이스 배(부산 중구 동광길 43)
▶관람시간 : 11:00-19:00(매주 일요일 휴관, 7/30전시장운영)
▶주최 및 주관 : 오픈스페이스 배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

지상 최근의 쇼



박철호(b. 1975) 개인전 ‘아토믹 보이: 지상 최근의 쇼’는 1990년대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 서커스 편을 각색해 최근에 나타나는 인류의 단상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 휴머노이드 기술에 대한 논란 그리고 분화된 가치문제, 개개인이 겪는 정신적인 문제 등을 다층적으로 내포하고 있습니다. 



박철호는 버려진 사물로 조형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전면적으로 제시되는 작가의 물질은 스티로폼 잉고트입니다. 지난 개인전에서는 해당 물질이 단순히 덩어리진 채 제시되었었다면 ‘아토믹 보이: 지상 최근의 쇼’에서는 구체적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고온 출압 형식의 스티로폼 잉고트로 조형하기 위해서는 원재료가 식어버리기 전에 형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난연 기계 앞에 서서 수초 내에 작업을 끝내야 합니다. 조형의 거친 표면은 물질에 관한 작가의 시간과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기계에서 탈거된 모터를 재생한 키네틱 작업은 사물의 원래 쓰임과 전혀 달리 엉뚱한 방식으로 조합하는 작가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버려진 사물을 이용하는 방식도 발전했는데, 이전까지는 무심히 내 던진 듯한 오브제로의 제시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변형하고 페인팅 하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작가가 수집해온 버려진 캔버스도 이전까지는 단순 오브제로 작품 안에서 역할 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박철호의 회화로 소개됩니다. 



전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에게 데꼴라주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버려진 캔버스 그림은 1급 폐기물로 처리 비용이 많이 발생해 처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작가는 모아둔 캔버스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상상을 자극하는 그림이 나타나면 그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립니다. 누군가가 연습했던 그림, 구매했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버린 그림, 주인이 죽은 경우 등 입니다. 방대하고 분절된 역사성을 작가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끌어 안습니다. 도록을 팝업 북 형태로 오리고 다른 이미지를 배치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사진을 찍었던 2000년대 초반의 그의 초기 작업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박철호는 영감을 주는 물건들을 수집하고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를 겹쳐 사물과의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를 전개해 갑니다. 작가는 완성한 작품 또한 늘어놓고 자신의 세계관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작가는 상상 속에서 세계관의 축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이야기의 밀도를 높여 갑니다. 박철호의 이야기를 꾸리기 위해 만난 사람과 사물은 운명적 내러티브를 내포하며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들려줄 수 있는 요소로 둔갑합니다. 작품 속 버려진 사물들의 역할은 본래 사물이 지닌 역사와 교차하며 신명재판을 펼치고, 물질이 곧 사회적 관계라는 사실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통해 5층까지 이어지는 오픈스페이스 배의 구석구석을 작가는 그가 역할을 부여한 사물들로 채웠습니다. 낯선 사물이 있다면,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아주세요. 작가에 의해 발명된 역할을 수행하는 사물들 사이로 놓인 영상 5편은 작가의 이야기를 관통하면서 작가의 세계관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첫 번째 1층에 놓인 ‘불량품’은 로봇서커스 단원을 소개하고 남부타스 박사의 장광설은 아토믹 보이의 등장을 예고합니다. 해당 영상에서는 3개 국어가 등장하는데 교차하는 국가별 언어 사이로 개개인의 말투와 뉘앙스, 제스처 등이 드러납니다. 



두 번째 4층 길목에 놓인 ‘아토믹 보이’는 완벽한 아크로바틱 로봇 ‘아톰 찬차이 시리’에게서 심장을 이식받은 ‘희토’가 로봇 서커스단에 입단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입니다. 5층에서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두 영상 작품을 연속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 3장 ‘묘기’에서는 인터뷰 후 ‘써밋’이 된 ‘희토’가 관중 앞에서 묘기를 부리고, 마지막 장 ‘피와 기름’은 ‘써밋’의 운명을 담고 있습니다. 총 4개의 장과 하나의 부록 같은 영상 ‘신과의 대화’로 구성된 “아토믹 보이”는 사실 연속되는 하나의 작품이지만 오픈스페이스 배의 공간 형태에 따라서 재편집되었습니다.



박철호는 2020년 김현우 작가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김현우의 작품과 활동을 지켜봤습니다. 2022년 박철호의 데꼴라주 워크숍에 김현우가 참여하면서 두 작가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쓰레기를 모으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수학공식을 자기 마음대로 변형해 그림 그리고, 글을 쓰고, 가상의 세계를 설계하는 김현우는 박철호에게 영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박철호의 이전 작품에서 조금씩 녹아났던 서커스라는 모티브와 사회를 보는 눈, 매체를 다루는 방식이 뒤섞여 “아토믹 보이: 지상 최근의 쇼”라는 이야기가 완성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제 2장 희토의 묘기를 어떻게 보셨나요?



전쟁 중 폭격이 휩쓸고 지나가 폐허가 된 자리에서 구할 수 있는 사물은 어떤 게 있을까요? 작가는 무력감과 슬픔에 잠긴 어린아이들을 위해 잔해 속에 깔려 있던 무언가를 찾아내 먼지를 툭툭 털어 즉흥적으로 인형극을 보여주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관객들이 재미를 찾지 못하거나 억지로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것에 대해 항상 자신에게 반문하는 작가는 다시 한번 공간의 동선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마치 기후 위기를 체감하는 똑똑한 인류가 맞이하게 될 비극의 쇼 앞에 놓인 한줄기 희망과도 같아 보입니다. 지금부터 쇼 타임! 더위와 싸우면서 박철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다행히도 마지막 층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있습니다.



기획.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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